우리의 대화/아빠에게

남바완

개구쟁이 막내딸 2024. 8. 16. 13:46

아빠,

 

 이와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고민했지만, 아빠는 참 선물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결말을 내렸어. 아빠가 뭘 원하는 지 알기란 참 힘든 일이야. 그만큼 우리가 불효자라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이디어 고갈로 영감을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오래 했어. ‘아버지 생신 선물’, ‘특별한 부모님 선물’, ‘중년 남성 선물’… 아빠는 보통 최고로 치는 선물이 뭐라고 생각해? 현금이야. 부모님이 가장 신나하셨던 현금봉투. 이렇게 또 불효자가 되었어.

 

 의 해마다 물어본 듯 해.
 “아빠, 무슨 선물이 받고 싶어?”
 “응, 너희들이 쓴 편지.” 
 “너희들이 건강하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
“아, 네 알겠어요.”

 

 래서, 이번 편지는 좀 달라. 내가 생각할 때 이번 편지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와. 쓰면서도 괜히 기대감에 실실 웃고 있어. 사실 기대가 크면 무너지기 마련이지만, 인간은 모두 기대에 대한 실망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고 있지 않겠어? 그러니 아빠도 기대하고, 실망하고, 또 기대했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이번 편지는 1년에 한 번 보내는 행사가 아니거든. 고흐와 테오처럼, 사르트르와 보브와르처럼, 나보코프와 윌슨처럼 우리는 이제 긴 이야기를 함께 하게 될거야. 기대와 실망을 같이 나누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의 얘기를 기록해 줄거야.

 

  불효자야. 꼭 아빠가 불편하게 자꾸 아빠가 나를 귀찮아 했으면 좋겠어. 아빠는 누구인지,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걸 아빠도 생각하는지, 아빠는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아빠는 이걸 보고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 알고싶어. 현실에서는 시시콜콜얘기하지 않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항상 시시콜콜 대화를 나누고 있거든. 별 것 아니지만 내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생각들을 혼자만 가지고 있었어. 몇 가지는 굉장히 재밌어. 미안해, 이제서야 나의 번뜩이는 재치를 나눌 생각을 해서. 이런 불효가 있을까.

 

 는 우리가 아빠와 드디어 부모자식의 관계를 벗어나서 온전한 자신들로 관계를 맺기를 바라. 그렇게 나도 내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받으려고 해. ‘아빠가 쓴 편지’, 그리고 ‘아빠가 건강하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

 

 아빠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빠의 거대한 유전자를 받은 우리처럼 끊임없이 기대하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을까. 우리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계속 기록되기를 기대해.

 

아빠의 1번

큰 개구쟁이

 

https://youtu.be/K0qnt5rTCoo

오늘의 배경음악. 원하는 걸 항상 가질 순 없어 by 구르는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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