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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내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두번째로 좋아하게 된 장면은 키팅 선생이 자작시 숙제를 안 해왔다는 토드를 사람들 앞에 세우고 월트 휘트먼의 시 구절을 마음을 다해 소리쳐보라던 장면이었어. (첫번째는 당연히 오 캡틴 마이 캡틴이지.) 영어로는 “I sound my barbaric Yawp over the rooftops of the world”. 나는 세상의 지붕너머로 내 야성을 내지른다. 그게 野性인지 野聲인지 그걸 노리고 번역한 건지 아니면 우연인지. 그걸 영어로 맛있게 대사하는 로빈 윌리엄스의 표정에 정말 잘 어울려서 잊혀지지 않는 구절이 됐어. 야호!가 아니고 이야!도 아니고 해병대의 악!에 가까운 야생의 여업!을 멋지게 번역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토드가 자꾸 조여오는 키팅 선생의 요구에 자기도 모르게 ..

언니의 노트 2024.09.03

가면맨

일주일 미뤄둔 생일 축하를 했어. 즐겁게 저녁을 먹고, 오랜만의 외식이라 흥도 올랐겠다 어디 사람들 많은 곳에서 우리도 즐길까 하는 생각에 금요일 밤을 불태우러 갔지. 2년 만에 본 밴드 친구를 우연히 만나서 우리도 흥겹게 놀겠다 싶어 자리를 잡았어. 같이 노래도 부르고 웃고 떠들고 있는데 후레시맨 같은 옷을 입고 망토를 두른 가면맨이 나타났어. 은색 운동화에 멋진 시계를 차고 있었어. 파란 쫄쫄이라 무슨 히어로 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배트맨 복장을 하고 동네를 누비던 사람이 기억나서 또 괜히 반갑기도 했어. 예전처럼 북적거리지 않는 곳이 되어서 가면히어로가 그래도 있어 라면서 처음에는 약간의 향수를 느꼈지만 또 대수롭지 않게 그 사람이 뭘 하든 취객이겠거니 무시하고 다시 우리끼리 즐기기로 했지. 근데..

독후감(고 3 시절 교지 투고 글)

『幸福한 죽음』을 읽고   죽음에의 憧憬은 날 이 책에까지 태워다 주었다. 무엇인가 漠然한 意識속에서 죽음을 憧憬하고 있던 나는 불현듯이 죽음을 좀 더 뚜렷한 것으로 알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가장 처음에 對하게 된 것이 이 책이다.  까뮈는 이 책에서 가장 挑戰的인 幸福을 위한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人間이 사는 궁극적인 目標는 幸福해지는 것인데, 이 幸福이란, 실로 人間 그 自體이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모험을 必要로 한다. 특히 「스스로의 人生을 이겨내기 위해서 무던히도 行動하고 사랑하며, 고민하고 反抗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더욱이 必要性이란 절실한 것이다.   주인공 파트리쓰 메르소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는 자그르라는 양다리가 없는 불구자를 죽이고, 그의 돈으로 「겨우 행..

2023년도 온가족 홍콩 여행을 다녀온 소감

낭만팔이 늦둥이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좀처럼 학교 행사에 오지 못하는 우리 엄마 아빠에게 나는 항상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두 분이 어떻게 짬을 내어주신 날이 있는데, 오히려 너무 속이 상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부모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엄마 아빠가 꼭 할머니 할아버지 같아 보이는 것 아닌가. 아마 그때가 내가 ‘늦둥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된 첫 시점인 듯하다. 엄마 서른 넷, 아빠 서른 일곱에 태어난 내가 올해 서른 둘이 되었으니 이제 둘은 진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손주는 무슨. 가족 룩이네 시밀러 룩이네 하며 불편한 신발을 신기는 철부지 늦둥이를 둔 엄마 아빠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까 얘들아, 되도록 일찍 낳아라. - 인스타그램에 올린 나의 가족 자랑(?)

막내의 낙서장 2024.08.16

새끼 사자

박하는 전사야 전사의 칼을 가지고 마음 속의 말을 적어 입으로 나오는 말, 표정으로 하는 말을 적어 적어 관찰 기록이 너에게 가장 값있는 것이 될거야 너를 세상에 세우는 것이 될거야 돈벌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래서 힘들었구나 왜 여기에 라포르타쥬 작가로 가있지 돈벌러 가 있는게 아니야 필란트로피 깃발 아래 감춰져 있는 추악함을 폭로할거야 인간의 사악함을 보여줄거야 그 가면을 찢어버려 추악한 속살을 드러낼거야 안정이 됐어 이길라고 하지마 이길 수 없어 어떻게 이기겠어 이길게 아니야 그냥 보고 있는 그대로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사자는 고양이를 기르지 않아 새끼사자를 기르지 2024년 1월 15일 엄마 사자

언니의 노트 2024.08.16

대학 졸업 논문 - 부조리한 인간의 반항과 죽음

부조리한 인간의 반항과 죽음 - A. Camus의 「Les Justes」를 중심으로 一. 서론 인간은 역사 이래로 부당한 고통을 받아 오고 있다. 또한 그 고통을 때로는 묵인하고, 때로는 부당한 것으로 여기고 반항한다. 더구나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억압은 더욱 다양해졌고, 그동안 인간을 지탱해 오던 제반 가치가 점차 붕괴함으로써 인간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어디에나 죽음은 산재해 있고, 살인과 불의가 넘쳐 있으며, 인간은 각종 이념과 물질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점점 인간의 참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 지고 있다. 그리하여 헤르만 그라사(Herman Glaser)는 “지금은 자유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집단수용소에서의 노예화가 문제되고, 영원한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교외 술집에서의 성관계가 문제..

1983 시 이후 2

솜망치를 들고 굳이 살려하는 사람들 틈에서까닭없이 다투다가습관처럼 웃고 마는 해어름주눅들린 거리에서풀빵을 들고 당당하게 외치는 너를사랑하다가빛을 외면해야 하는 굴지성 모가지 대신애잖은 다리만 부러뜨리고술만 퍼마시면서네 눈물 탓만 한다조상 탓만 한다맹물만 마시고 아이들은배고픈 아이들은 눈싸움이나 하고시신들은 몰려 와 등불을 켜지만방안에서 말라죽는 꽃들을 보면서언 손을 부비는 행상할미를 보면서볼수록 어지러운 이 땅을 보면서소록도로 떠나거나 겨울이 빙판에 넘어지거나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는 나는쓸데없는 성을 쌓다가부잣집 문전에서 눈치를 본다솜망치를 들고.(’81. 1) 빛부리 타령 찔리고 밟혀서 더욱 견고해진가슴, 빛부리의 거리에서아이들이 비누거품을 날리고 있어낮술에 취해 떠도는 사내야밤새워 안경을 두들겨 깨고너..

1983이후의 시1

어머니 어머니, 오늘도찔레꽃 흐드러진 뒷산 언덕에아침햇살로 내리시고구멍 난 내복바람으로 온 마을을 휘젓는 막내의 뒷덜미에돛단배를 얹으시다돌밭의 지심을 매고 계시는지요흙 묻은 그 손길로이마의 땀을 닦고 계시는지요어머니, 새벽마다마당 어귀 감나무 밑정안수 한 그릇 보여요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나무 울타리당신의 평화로운 성벽이 보여요어머니, 저녁마다반딧불 호박꽃 초롱 제 창에 걸려모깃불 연기 흐르는 뜰 멍석에서찢어진 부채로 막내를 재우시는어머님을 비춰요 어머니, 추적추적 비가 오네요기억나세요, 그 해 5월느닷없이 소식이 끊겨버린 형이황토 흙 조그만 집을 지어 돌아오고전에 없이 계속되던 장마비 속 논두렁에서우리 집 비맞은 장닭 콜록거리다 쓰러져도말없이 제 손만 꼬옥 쥐셨잖아요어머니,자정이 넘어도 아직 잠들지 못..

1982년

너는 누구와 다투고 있느냐 거리마다 노란 줄이 쳐져 있고한눈팔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일렬종대로 산다 바람이 머리칼을 세우며 지나가고흩어 진 한 해가 소줏잔을 넘쳐 흘러시린 손을 적시면멀리 폴란드 갱 속에 갇힌 자유가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넘쳐흐르는 선혈이푸념처럼 내 발아래 떨어져 웃고군화소리 들린다 어릴 적 내 고향 섬사람들가난해서 그렇게 어울어져 살았을까못 배워서 그렇게 걸릴 것 없이 살았을까속없이 떠나 와서 저주만 배우고사람은 잊어버렸다 굴비두릅처럼 엮여있는 힘없는 사랑들아너는 누구와 다투고 있느냐술값도 없는 나를 붙잡아 놓고서울집 누님은 「진달래꽃」을 멋지게 불어대다가애비를 애비라 부르지 못하는 애비없는 자식들곱게 재워 놓고눈 내리는 맨션아파트의 불빛을 올려다 본다 들쳐 업고 달릴 사랑 하나 없이시내버스..

1981년

방울뱀 시대 - 원호형의 결혼을 축하하며 오랜 얘기처럼 되살아나는우리들의 거리혹은 짓밟히고혹은 스러져 가고또 혹은 삭제되어버린우마담, 우마담의 땅콩껍질이 빠진 방울뱀이여암굴암에서 순수는 넘치고 있었고수원지에서 우리의 죽음은 청산가리로 풀리기도 했지만월산동 고갯마루에서 누문동에서 세븐클럽에서저당잡힌 시계, 시계와 녹음기 속에막걸리처럼 텁텁하게 우리네 사랑은걸어가고찢어버린 詩畵 너머로힘차게 몰려오는 우리의 언어가베아트리체를 만나다시 눈 뜨고 있소그 작은 체구가 모래를 퍼 올리고 바위를 굴리는휴전선 근방에도나주 하숙방 벽지 위에도토해내지 못한 유운(流雲)의 얘기들이낙수 근방 흐르는 물이 송광사에 이슬 되어 맺히듯폭우 되어 쏟아 지오풋과일 같은 우리의 인간재판은이제 여인숙에 머물지 않아도 되오얼어터진 가슴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