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노트

돈의 가치

peppermintssi 2024. 8. 16. 09:35

돈을 얘기하면 그 숫자가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한 가늠이 안 된다. 억대를 얘기하면 무조건 많은 것 같고 몇십 몇천하는 단위가 억, 만, 앞에 붙으면 괜히 또 작은 느낌이 든다. 아닌 건 아는데 직관적으로 금액의 무게가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게 참 신기하고, 또 스스로가 한심해졌다가, 괜히 뿌듯해졌다가 마음이 이리저리 요동친다.

많이 부러우면서 부끄럽기도 했다. 보너스로 받을 수 있는 큰 돈을 포기하고 본인이 더 원하는 일이라면 감수하고 새로운 자리로 가고 싶단다. 새로운 자리에서 포기한 보너스의 돈을 벌어낼 자신이 있단다. 이미 금액을 따져보고 그 가치에 대비한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판단해봤다는 게 보였다. 참 대단하다. 그 돈을 벌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과 본인의 능력을 부끄러워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숫자에 대입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굉장한 어른이다고 느꼈다.

그에 비해 내가 초라해지고 어리숙해보여서 우울해지는게 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작아지지 않았다. 부럽고 대단하다라는 마음에서 멈추고, 그렇다면 너 원하는 대로 해, 나는 네가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한거라는 걸 알아. 그러니 나도 걱정하지 않아 라고 진심으로 편안히 얘기해 줄 수 있었다. 나도 단단해졌구나. 장하다.

숫자는 여전히 어렵다. 특히 가치가 맞물려 있는 돈이 더 멀리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가치, 객관적으로 수치화된 가치. 나는 아직 장님나라의 눈 뜬 사람이구나.

2024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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