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서재/중﹒고교 시절

밤에 쓴 편지들

개구쟁이 막내딸 2024. 8. 16. 13:49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동안 썼던 것들을 모아보면서 내가 누구였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찌 하려는지 되새겨보려 한다. 먼저 중3 때 써서 교지에 실었던 글이다.
 
난 혼자서 사색에 잠기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기에 아무도 날 간섭하지 않는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밤을 좋아한다. 나는 이러한 밤에 가끔 나의 혼란스런 정신 상태를 글로 적어 보았다.-지금도 계속 적어 오고 있다- 미칠 것만 같은 번뇌를, 그리움을, 자책을 적어 놓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난 항상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 나의 비밀 같은 것들-비밀이랄 것도 없지만 그런대로 모든 나만의 것들이었으니까-을 글로 종이에게 고백함으로써 안정을 되찾았던 것이다.
 
그 중에서 내가 썼던 편지들을 이제 우표도 붙이지 않고 부치려 한다.
 
<1> 광배에게
 
"광배야!"
 
가만히 불러 본다. 세상이 모두 광배란 이름을 잊어버린 것 같은 지금, 조용히 "광배야!"하고 난 불러 본다. 정다운 소리! 반가운 소리! 영원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소리! 아버님의 정이 함뿍 담긴 아버님의 소리!-아버님께서 손수 지으신 이름이기에- 조용히 또 불러 본다.
 
광배야, 난 재성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재성아! 넌 광배가 되어야 해.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넌 재생하지 못해. 아니 할 수 없어. 재성아! 뒷걸음질이라도 좋으니 슬슬 광배에게로 가라. 재성아! 넌 광배가 되어야 하는 거야. 빈다. 무릎꿇고 빈다. 광배에게 되돌아 가라고.
 
재성아! 가랑비 내리는 지금 땅바닥에 철썩 무릎 꿇고 앉아 광배가 되라고 빌고 싶다. 그러나 차마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않지는 못하겠다 행여 이 좋은 옷에 흙이 묻을까 봐서 말이다. 아마 지금 이 말을 하는 내 자신조차도 네게 보일 면목이 없는 인간이 되어 버렷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이다.
 
광배야! 이젠 청탁이 있어 불러본다. 정다운 내 사랑이여! 부탁하나니 재성을 네 곁으로 데려가 다오. 재성이가 창피하고 겸연쩍어 네게 직접 말을 못하겠다는구나. 광배야! 예전에 함께 놀던 가장 친하고 하나뿐이었던 너의 친구인 내가 재성을 데려가 달라고이렇게 비는데 데려가주지 않으려느냐?
 
재성인 네가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야. 나 또한 그렇지만 말이다.
 
광배야! 이제부터 광배 너의 책임은 막중해 졌어. 만일 재성이가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방황한다든가, 나도 재성일 따라서 방황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바로 네게 있는 거야.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너 광배에게 말이다.
 
광배야! 재성아! 너희들은 일심동체가 되어야 해. 난 영원히 너희들 사이가 진실된 사랑 속에서 영원하게 꽃이 피기를 기원하겠다. 영원히 말이다.
 
1971년 4월 8일 너의 찬구로부터
 
이 날 난 이 편지를 쓰고 나서야 마음이 평안해져 잠을 잘 수 있었다. 정말 미칠 것만같은 열등의식으로 인해 내 생활은 방황의 길을 걷고 있었다.
 
광배는 국민학교 6학년 시절까지의 내 이름이었다.
 
휴대폰에서 옮겨 적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이어서 올려야겠다.
 
2019.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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