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서재/중﹒고교 시절

고교시절 일기

개구쟁이 막내딸 2024. 8. 16. 14:01

깊다는 것은 일부러 자신을 말살하려 하는 걸 거다.

 

생은 하나의 유희이다. 영웅은 고독하다.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아니다. 군소리요, 잔말이다. 무언가를 모르는, 그런 생의 추함을 변명하려는 하나의 군소리에 불과하다.

 

생은 무엇일까? 염세와 낙천, 군소리 잡소리, 真, 善,美,圣, 모든 게 웃긴다. 생은 하나의 유희이어야 한다. 덩달아 살 수 있어야 한다. 생이 무언가를 의식하려 한다면 멋적은 일이 된다.

 

가을이다. 싸늘 바람이 부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혼자임이 설워지고 괴로와지는 시간이다. 보이지도 않는 코스모스를 이야기하고, 풍기지도 않는 국향을 맡는 위선자. 그는 창조자라 자칭하는 자신을 모르는 속물이다. 아니 속물도 되지 못한다. 한낱 똥을 먹고 사는 버러지에 불과하다.

 

아, 난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이게 되었나? 사랑하고 싶다. 아름다와지고 싶다. 자연과 시각의 흐름을 미화된 눈과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은 거다. 아, 이 썩어가는 듯한 눈동자에 미소를 심어 부드러움과 미를 사랑하고 싶다. 아, 그리고 인간을 사랑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더 인간을 사랑하고 싶다. 아껴주고 싶다. 나의 온 육신을 불살라서라도, 그 인간의 뜨겁고 귀한 가슴과 이야기하고 싶다. 누구라도 좋다. 날 포근히 감싸 달라. 은은한 생의 멜로디를 듣게 해 달라.

 

고독하고 싶지 않다. 웃으며 살고 싶다. 생을 유희라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다. 사람들과 더불어 덩달아 살고 싶다.

 

피곤하다. 무척이나 내 자신이 피로해졌다. 피로하다는 것이 행복할런지도 모른다. 내가 잠들 수 있는 고귀한 시각이기에.

 

아, 누군가를 끝없이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바쳐 그네를 아껴주고 싶다.

 

생을 존귀하게 여기고 싶다. 생의 고귀함과 필요성을 알고 싶다. 분명 내겐 생이 필요한 거다. 지금 내게 생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1972. 9월 어느 날의 일기

 


 

막연하다.

 

죽음이 행복하게 보인다.-한없이 우습지만-

 

좀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하자. 그리고 순종하도록 하자. 패배해야 되는 거다. 이건 자만이기 때문에!

 

사고방식 개편에 노력해야 된다 나는.... 말하지 말자, 나의 思浪을!

 

1973. 2. 11. 의 일기

 


해야 한다.

 

무엇인가.

 

탈출해야 한다.

 

1973. 2.12 의 일기

 


불안

 

그리고 초조

 

역사와 시간에 대한

 

공포가....

 

1973. 2. 13.의 일기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싶다. 무엇이 나를 부르는 것만 같이 이상스레 들뜨는 봄이기 때문일까? 소년다운 모습, 소년다운 꿈,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잊어가고 있는 것만 같은 것은...... 아, 무엇일까? 누구일까? 나를 이렇게 연약하게 만드는 것은?

 

웃어야만 하나보다. 안녕, 내 사랑이여.

 

나의 사랑이 멈추지 않는 한 언제까지라도 이야기하고 싶다. 그 어떤 것이라도.

 

내가 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끝없는 이야기를 누이같이 숨쉬며 이야기해 줄 사람은 어디에서 사랑하고 있을까?

 

연약해졌다. 많이도. 그리고 많이 어려졌다. 이상하게도 나는 의식이 똑똑 끊어진 것만 같다. 갑자기 고독해지고 그것이 불안하고 싫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또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다. 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신神을 찾고프다. 그 이전에 누군가의 노예가 되고 싶다. 사생아이고 싶다.

 

1973. 2. 15. 木의 일기

 


언제나처럼 우리는 밤에만 모여드는 것이다. 온다는 소리를 할 필요도 없고, 또 왔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마음이 내키면 지껄이고 듣고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 효과도 없는, 몇 년 묵은 복통약을 장롱 속에서 뒤적거려 꺼내 먹는 시골 아낙처럼 우리는 피로를 느끼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씩

 

둘씩

 

피로에 지쳐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술취한 목청으로,

 

니코틴 냄새 풍기는 입김으로

 

사랑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간의 뒷 모습을.

 

1973. 3. 29. 木의 일기

 


무엇이 나의 모습을 이리도 초라하게 만든 것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아니 한 시간에도 몇 번씩 나는 거울을 보는 거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무엇이 아직 숨쉬고 있는가? 또 내가 아직 숨은 쉬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삶은 무엇을 어떻게 영위해야 할 것인가를 아는 데 거의 다 바쳐져야 하고, 마지막 남은 그 여력으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우리는 아니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나의 선택은 항상 이렇게 소리가 없을 때 힘을 쓰는 모양이다. 도무지 나의 말은 순서가 없다. 그것이 죄악이다. 많은, 가식을 위한 장식적인 나의 노력은 여태 수없이 많은 허위와 과시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또 나는 그 위대한 욕망의 노예가 되어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이다.

 

1973. 3. 31의 일기

 


나는 항상 나의 모퉁이에 숨어 있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모습을 극도로 찌들게 하고 있었던 거다.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나의 환상과 반항과 무관심만이 나의 철저한 탈을 장식하고 있었을 뿐이다. 모든 것이 나에겐 하나의 불만이었다. 체념해 버릴 수 없는 삶의 욕구 때문에 스스로를 갈기갈기 찢고 있었을 뿐이었다.

 

1973. 7. 20.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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