诗人이여
-콰지모도
바람이 일다 머뭇거리는
어둠 속에다 발자국을 세우지 말 일이다
술처럼 흐늘거리는 무덤 앞에서는
꽃도 화려한 꽃무데기를
피멍울이 질 때까지 주물럭거릴 일이다. 하여
에미의 목에다 칼을 꽂고 웃을 일이다
하지만 诗人이여
그대의 입 속에서 날이 선 말들이
술술 풀리기 전에는
그대의 눈물이 핏속으로 흘러
미친 놈처럼 헤에거리기 전에는
청산가리가, 노예처럼 그대의 손아귀에서
살 맛 나는 얘기가 되기 전에는
침묵할 일이다
그대의 발목에 방울을 달 일이다. (1975. 10)
들러리
꽃을 취하게 하는
하늘
그 밑의 사람사람들이
몇 송이의 들국을 다방까지 끌고 와
겨우 컵에서 물을 먹이고 있지만
만날 수 없는 꽃들의,
두꺼운 그림자가
물기 어린 남도창 소리에
후줄근히 젖고 있다
옷 벗고 있다
불을 끄고 들국은
컵에서 웃기로 하나
묻어도 묻어도
하늘은 항상 높아서 취하게 하고,
부끄러운 눈으로
빈 술병이 되어버린 시인들이
가난한 아이들의 연에다
타령 몇마디 싣고 떠도나
취할 수 없는 꽃과
빈 술병이 되어버린 자들은
도깨비불이나 되어 만나는지
끝없는 죄 속에서나 만나는지
여전히 천둥은 치고
도시는 잠들고 있다. (1976. 4)
死者舞
I
떠나든
머무르든
몇 모금 텁텁한 술일 뿐
无形의 몸짓으로 그냥 치닫는
애비의 해골이 일어나면
해골 속의 해골 그 해골 속의 또 다른 해골들도
잠을 깨어
모조인간의 떠도는 눈물을
껴안고 춤춘다.
II
환상으로만 여인을 사랑해 온
문둥이 발가락
발가락들이 떨어져서 뒹구는
지하에서는 메마른 눈물들이 자라고
눈물의 뿌리를 파가는
바람의 머리카락
통천문으로 가는 길목의
고목(枯木)들이
안개로 풀어 헤치고 있다.
III
안개 속에서 파란
물빛으로 만나는
발가락 그 위의
애비 해골 에미 해골
느닷없는 소나길
빈 술병 속에 꽂는다. (1976. 9)
2019.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