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서재/대학﹒전경 시절

대학시절 1

개구쟁이 막내딸 2024. 8. 16. 14:04

诗人이여

                                                                                       -콰지모도

바람이 일다 머뭇거리는

어둠 속에다 발자국을 세우지 말 일이다

술처럼 흐늘거리는 무덤 앞에서는

꽃도 화려한 꽃무데기를

피멍울이 질 때까지 주물럭거릴 일이다. 하여

에미의 목에다 칼을 꽂고 웃을 일이다

하지만 诗人이여

그대의 입 속에서 날이 선 말들이

술술 풀리기 전에는

그대의 눈물이 핏속으로 흘러

미친 놈처럼 헤에거리기 전에는

청산가리가, 노예처럼 그대의 손아귀에서

살 맛 나는 얘기가 되기 전에는

침묵할 일이다

그대의 발목에 방울을 달 일이다.   (1975. 10)

 

 


들러리

 

꽃을 취하게 하는

하늘

그 밑의 사람사람들이

몇 송이의 들국을 다방까지 끌고 와

겨우 컵에서 물을 먹이고 있지만

만날 수 없는 꽃들의,

두꺼운 그림자가

물기 어린 남도창 소리에

후줄근히 젖고 있다

옷 벗고 있다

불을 끄고 들국은

컵에서 웃기로 하나

묻어도 묻어도

하늘은 항상 높아서 취하게 하고,

부끄러운 눈으로

빈 술병이 되어버린 시인들이

가난한 아이들의 연에다

타령 몇마디 싣고 떠도나

취할 수 없는 꽃과

빈 술병이 되어버린 자들은

도깨비불이나 되어 만나는지

끝없는 죄 속에서나 만나는지

여전히 천둥은 치고

도시는 잠들고 있다.  (1976. 4)

 

 


死者舞

 

I

떠나든

머무르든

몇 모금 텁텁한 술일 뿐

无形의 몸짓으로 그냥 치닫는

애비의 해골이 일어나면

해골 속의 해골 그 해골 속의 또 다른 해골들도

잠을 깨어

모조인간의 떠도는 눈물을

껴안고 춤춘다.

 

II

환상으로만 여인을 사랑해 온

문둥이 발가락

발가락들이 떨어져서 뒹구는

지하에서는 메마른 눈물들이 자라고

눈물의 뿌리를 파가는

바람의 머리카락

통천문으로 가는 길목의

고목(枯木)들이

안개로 풀어 헤치고 있다.

 

III

안개 속에서 파란

물빛으로 만나는

발가락 그 위의

애비 해골 에미 해골

느닷없는 소나길

빈 술병 속에 꽂는다. (1976. 9)

 

 

 

 

2019.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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