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서재/대학﹒전경 시절

대학시절 2

개구쟁이 막내딸 2024. 8. 16. 14:06

빛무데기

 

넘어진 빛무데기.

 

젖어도 젖어도 젖지 못해

빗줄기 속으로 풍덩거리는

바람이 되어

낯설어진 간이역에서 서성이고......

 

한 번만이라도

光音天에..... 하던

얼굴을 잃어버린 아이.

어중간한 어둠을 들고

건널목에 서서

낙서로 채워진 여인의 흰옷자락에

덤으로 맥박을 얹어두고

 

꼭 하루쯤은 먼저

해의 옷을 벗겨

알몸뚱어리로 껴안기 위해

발이 틀려도 좋은

행진곡을 울리며, 천둥을 치며

비틀거리는 나비 등을 타본다.

 

永劫을 달리하도록

소란스레 풍덩거리며

쓰러지는 흉내만 내는 빛무데기

빛무데기.

 

(1976. 전대학보 학생현상모집 당선작)

 


술취한 꽃을 찾았으면.....

 

-울먹이며 찔리우는 소리뿐

 

술취한 꽃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퍽도 눈물을 두려워 하는 프리지아의 노란 향내, 그래서 맨날 두꺼운 그림자만을 키우는 꽃, 꽃들의 웃음소리. 온갖 변명들이 모여 앉아서 꾸미는 음모, 그 비밀스런 삶의 모반. 참으로 어중간한 거리에서 나는 거부를 연습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게 있다면, 왔다간 나불거리고 싶은 자들을 위해 엽서는 아직도 많이 비어 있다는 건지도 모른다. 또 혹은 너무 많이 비어 있다는 건지도 모른다. 바보다.

 

이상스레 어둠이, 어둠이 아니다. 물감으로 겨우 채색된 희끄무레하고 벗겨낼 수 있는 어둠일 뿐이다. 그러한 속에서 생명이 되는 것들이 있을까? 도무지 믿을만한 것이라곤 담배꽁초만한 것도 없다. 자신까지가 믿을 수 없어진 것이다. 맨날 그러한 언어나, 그러한 무너짐으로만 사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고 또 있다. 야금거리며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인지 퍽도 의문스럽다.  잔뜩이나 퍼마시고도 끝끝내 취하지 못하고 못생긴 웃음이나 풀풀 날리는 녀석.  온갖 거짓이나 만들어 가면서 흔들리는 술잔에 빠지는 담배연기.  그래 아마 그런 류의 담배연기를 생활화하는 작업에나 열심인 녀석.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천연덕스레 부서지는 것들이 있다.  꼭이 어떤 이유 때문에가 아니라 그래보고 싶어서인 것처럼 울먹이며 찢기우는 소리도 있다.  절대한 것은 오직 멸함뿐이라는 소리도 있다.  나는 아직 '거지'도 되지 못한 채 여기 움추리고 있는데.

 

아무튼 그냥 비겁하게 상실되어지는 것들만 열심으로 모여서 더욱 열심으로 상실되려는 노력들을 하고,  억지로 꽃에게 술을 먹인다.

 

가끔은 느닷없이 남도창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지만 그럴싸한 흉내로써만 패배를 어리석게 받아들이고 있다.  글이 아니다.  어떤 넋두리 같은 것들이 나를 이끌고 있을 뿐이다.  "술 취한 카베라, 여기 이 카베라는 취했습니다.  때를 거역하고 피어서도 이렇게 화사한 얼굴로 취했습니다.  뽀뽀해 주실 분은 없으십니까?"  하지만 모두 안다고 한다.  결코 꽃이 취한 게 아니고 빈 술병이 되어버린 녀석이 또 다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 거라고.

 

서 있고 앉아 있고 누워 있고 그리고 아주 많이 긴 잠을 잘 것이라는 형들, 내 소문에 나보다 더 화를 내는 친구 녀석들,  나보다 더 기뻐해 주는 급우들,  뽑아 주신 교수님들,  모두모두 고맙다.   - 당선 소감

 

 

2019.3.16.

'아빠의 서재 > 대학﹒전경 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1년  (0) 2024.08.16
1980년  (3) 2024.08.16
군대시절 이어서  (0) 2024.08.16
대학과 군대(전경)시절  (0) 2024.08.16
대학시절 1  (0) 2024.08.16